인간 본성과 범죄, 그리고 도덕의 경계
"완벽한 범죄란 존재하는가?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자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범죄의 심리, 그리고 도덕적 판단의 모호성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는 인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누가 ‘죽여 마땅한 사람’인지, 그리고 그 판단을 내릴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평범한 만남이 낳은 비극
이야기는 한 비행기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테드는 옆자리에서 만난 릴리라는 여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한다. 그러자 릴리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렇다면 그녀를 죽이는 게 어때요?"
릴리는 단순한 조언을 건넨 것이 아니다. 그녀는 이미 과거에도 범죄를 저질렀던 인물이며,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거의 없는 존재다. 그러나 그녀가 단순한 살인마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그녀는 명확한 동기와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든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정당한 살인’이라는 개념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누구인가?
이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명확한 선과 악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살인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고 생각하지만, 책 속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와 정당성을 가진다. 테드는 아내와 그녀의 애인을 제거하려는 욕망을 품고 있으며, 릴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정의를 실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 중 누구를 악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에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란 개념을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일까?
범죄 심리와 도덕적 정당화
릴리는 단순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그녀는 철저하게 논리적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녀에게 살인은 감정적인 복수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반면, 테드는 감정적 동기로 인해 범죄에 발을 들여놓는다. 같은 살인이지만, 둘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이 차이가 매우 흥미로웠다. 사람들은 보통 감정적인 살인을 더 인간적이라고 여기지만, 오히려 릴리처럼 냉정한 논리를 가진 살인자가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감정을 이유로 범죄를 더 쉽게 용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우리는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독자들에게 쉽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선과 악, 정의와 범죄의 경계를 흐리며 독자들에게 도덕적 딜레마를 던진다. 우리는 살인을 저지르는 릴리를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논리에 빠져들게 된다. 또한, 테드의 복수심을 이해하면서도 그의 행동이 정당한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판단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불완전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는 과연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죽여 마땅한 사람’이라는 개념은 객관적으로 정의될 수 있는가?
결국, 이 소설은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이며, 독자들에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철학적인 이야기다. 책을 덮은 후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우리는 과연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를 심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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