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인생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때 드는 책 :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공학도에게 다가온 니체의 물음
"철학이란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공학도이지만,
목표의식의 부재와 나태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니체의 사상에 발을 들여본다."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공학을 전공하고 졸업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의 방향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목표의식이 희미해지고, 미래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무언가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분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답을 '철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니체"라는 이름에 눈길이 갔고,
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처음부터 읽기에 너무 어렵다는 평이 많아
대신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라는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에서 실존철학을 연구하는 교수로,
니체를 직접 전공한 전문가다.
‘니체와 같은 거장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전문가가 직접 설명해주는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판단으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책의 전체 흐름과 주요 느낌
이 책은 크게 10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지만,
읽은 뒤 마음에 깊이 남은 것은 크게 두 갈래였다.
바로 "고난"과 "종교"에 대한 니체의 시선이다.
1) 고난에 대한 니체의 시각
니체는 고난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바라본다.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고 보았고,
그런 발전을 멈추거나 포기하는 사람을 약한 존재로 간주한다.
심지어 편안함에 안주해 성장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회색 인간’으로 부르며 경계한다.
읽는 내내 ‘고난이 인간을 성장시킨다’는 명제는 공감이 갔다.
도전과 향상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상,
역경을 지나며 한층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다.
다만 책을 읽으며 들었던 의문은 “모든 사람이 언제까지나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어떤 경우에는 목표를 달성하고 일단 멈춰서 휴식이 필요한 시기가 오기도 하고,
더 나아갈 힘이 없어 지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니체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멈춤조차 ‘나약함’으로 치부될 것 같아
조금은 냉혹한 시선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끝없이 발전을 추구한다는 니체의 이상을 통해,
‘고난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된 점은 의미 있었다.
2) 종교에 대한 니체의 비판과 의문
고난에 대한 니체의 태도는 종교관과도 맞닿아 있다.
니체는 “사람들이 신에 기대어 고난을 견디려 하는 것은 결국 나약함의 표현”이라고 본다.
예컨대 그리스도교가 고난을 극복하기보다
수용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그리스도교(특히 예수 이후의 제도화된 교회)는
권력을 추구하고, 교회에 귀의하지 않은 이를 배제하는 형태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한다.
반면 고대 그리스·로마의 다신교는 신들조차 인간처럼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갖춘다고 보며,
니체가 말하는 ‘고난 속 성장’에 부합하는 예시로 든다.
이 부분을 읽으며, 종교 자체에 대한 니체의 강경한 태도가
종교의 순기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도 생겼다.
특히 불교처럼 자기 수련과 깨달음을 강조하는 전통은
니체의 ‘고난을 돌파하는 태도’와 어느 정도 닮아 있는 것 같아
니체가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고 얻은 생각과 질문
니체가 말하는 ‘고난의 긍정’과 ‘종교 비판’은
필연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강인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니체 사상의 일부를 어렴풋이 이해했지만,
공학 전공자였던 내게는 여전히 낯설고 무거운 논의였다.
특히 “끊임없이 자신을 향상시키는 자만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한편으로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쉬어갈 수 있는 여유조차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니체의 통찰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
기꺼이 고난을 맞이하고 나 자신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더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학도가 본 니체의 철학
철학이라는 낯선 영역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서,
특히 니체처럼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사상가는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자극적일 수 있다고 느꼈다.
그 자극이 때로는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이게 정말 옳은 방향인가?”라는 의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어느 정도 막연했던 목표와 의욕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니체의 사상이 주는 극단적인 면 때문에
“난 이걸 전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도 생겼지만,
적어도 “고난이 삶의 필연이라면,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깨달음은 남았다.
마무리하며
이 책을 읽고 나니 니체가 말하는 핵심 개념들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다른 저작도 살펴보고 싶어졌다.
특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기는 동시에,
아직은 좀 두렵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니체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했던 가치관을 더 깊이 파고드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경제학은 세상을 설명하는 유용한 지도이지만,
그 길을 실제로 걷는 것은 사람들의 선택과 결단에 달려 있다."
라는 문장을 인용하자면,
니체의 철학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삶을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도구이지만,
결국 각자 어떤 태도로 그 길을 받아들이고 걸어갈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질문에,
이 책을 통해 나름의 답변을 모색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