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 인간의 한계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서를 만들어내지만, 자연은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다. 이 책은 과학적 탐구, 철학적 질문,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존재인지를 탐구하는 독특한 논픽션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질서’란 것이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착각에 불과한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1.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망
이 책의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처음에는 다소 황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저자는 생물학적 분류와 개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설명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생물의 질서를 정리하는 데 평생을 바쳤던 인물이다. 그는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자신의 연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저자는 조던의 집착이 과학적인 진리라기보다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즉, 자연은 본질적으로 무질서하고, 우리가 만들어낸 ‘질서’라는 것은 단지 우리의 사고방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믿고 있는 많은 것들—사회적 질서, 도덕, 법칙—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2. 과학은 완벽한 진리가 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가장 도전적인 질문 중 하나는 바로 ‘과학은 완벽한 진리인가?’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분류학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려 했지만, 결국 그의 연구는 잘못된 가정과 실수로 가득 차 있었다.
과학은 언제나 발전해왔고, 기존의 이론들이 새로운 증거에 의해 수정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을 종종 절대적인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위험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과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지만, 그것이 완전한 진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믿고 있는 과학적 사실들도 결국 변할 수 있는 것들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뉴턴 역학이 세상의 절대적인 법칙처럼 여겨졌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뉴턴의 법칙이 특정한 조건에서만 적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가 지금 ‘과학적 사실’이라고 부르는 것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다른 방식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3. 인간은 진실을 원하지만, 진실을 견딜 수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또 다른 생각은 ‘인간은 진실을 원하지만, 과연 그 진실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불안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정리하고, 카테고리화하며, 질서를 만들려고 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했던 것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자연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상관없이 존재할 뿐이다.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허상이라면,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확신을 원한다. 우리는 답을 원하고, 명확한 법칙을 원한다. 하지만 자연은 때때로 그런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지금까지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이 모두 틀렸다고 밝혀진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과학적 사고를 넘어,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믿고 있는 많은 것들—도덕, 가치관, 사회적 규범—역시 단순히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일지도 모른다.
4.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책이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질서란 환상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만약 세상에 절대적인 질서가 없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야 할까? 저자는 자연의 무질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우리는 항상 완벽한 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는,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과학이 언제나 변할 수 있듯이, 우리의 사고방식도 언제든 바뀔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확실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는 것이다.
5. 질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용기가 있는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과학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해왔는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질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는 흔히 ‘질서가 있어야 세상이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질서에 대한 믿음’ 자체가 하나의 착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낸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 과학적 사실도 결국 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진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
- 만약 세상에 절대적인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 우리가 믿고 있는 도덕과 가치관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그것들은 절대적인가, 아니면 상대적인가?
-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허상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서적이 아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