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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우리는 공정을 정의할 수 있는가? : 공정하다는 착각

제로 슈가 책방 2025. 2. 2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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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우리는 공정을 정의할 수 있는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은 현대 사회가 ‘공정성’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책이다. 공정한 경쟁이란 무엇인지, 능력주의(Meritocracy)가 정말 정의로운 시스템인지,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공정’이라는 개념이 과연 얼마나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과연 진정한 공정을 실현할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공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 가능한 것일까?


1. 능력주의, 과연 정의로운가?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논점은 현대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오히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당연한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샌델은 이러한 사고방식이야말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착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능력주의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성공이 개인의 노력과 재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자부심을,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굴욕감을 안긴다. 만약 성공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면, 반대로 실패는 그 사람이 능력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결국, 사회적 약자는 그들의 처지가 ‘스스로 초래한 것’처럼 간주되며,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개인의 부족함을 탓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그런가?

하버드대 교수이기도 한 샌델은 미국 대학 입시제도를 비판하며, 경제적 배경과 가정환경이 능력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부유한 부모를 둔 아이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결국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해 좋은 직업을 가질 확률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 신화는 이 사실을 무시한 채 "네가 성공하지 못한 건 네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존재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능력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2. 노력은 공정한 경쟁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능력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출발선이 주어진다면,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공이 결정되는 것이 가장 공정한 사회 아니냐?"

겉으로 보면 타당한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출발선이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기회를 접한다. 반면,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며, 공교육 시스템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처럼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노력’을 공정한 경쟁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는 마치 ‘올림픽 경기에서 한쪽 선수는 최신 장비를 착용하고, 다른 한쪽은 맨발로 뛰는 것’과 다름없다.

샌델은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능력뿐만 아니라,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 공정함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공정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공정함을 ‘기회의 평등’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과연 기회의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가?

샌델은 현대 사회가 공정을 정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흔히 ‘공정한 경쟁’을 말할 때, 그 기준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받는가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 기준 자체가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키가 큰 농구선수가 단순히 타고난 신체적 장점으로 인해 더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은 불공정한 것인가? 혹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더 나은 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공정한가?

이런 사례들은 공정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보여준다. 즉, 우리가 '공정'이라고 믿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이미 특정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편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가?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공정하다고 볼 것인가?"

샌델은 단순히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 사회가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와 연대가 살아있는 사회를 강조한다. 그는 개인의 성공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과 구조적 지원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공정’이라는 개념 자체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기회의 평등만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샌델의 주장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남긴다.


5. 우리가 믿는 공정함은 진짜 공정한가?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가 그동안 공정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불공정할 수 있는지를 철저히 파헤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능력주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공정함이란 단순히 '기회를 똑같이 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포함된 개념이어야 한다.

이제는 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의 노력 문제로 돌리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우리는 구조적인 불평등을 해결하고, 보다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을 실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까지 공정하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볼 용기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에게도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이 믿는 공정함은, 정말로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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